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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오봉동 전투" – 이 땅의 이름으로, 우리는 싸웠다

by qwer101793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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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봉동 전투 관련 사진

우리가 사는 이 땅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 피 흘려 지켜낸 ‘이름’ 위에 우리는 살아간다.
《봉오동 전투》는 바로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다.

윤종빈 감독의 제작, 원신연 감독의 연출, 유해진·류준열·조우진이라는 삼각 축이 주도한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영웅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다.

줄거리 요약 - "누가 역사를 만들었는가?"

1920년 6월.
일제의 식민 통치 아래, 무장 항일 독립군들이 봉오동 일대로 모인다. 그들은 한 줌의 무기와 전략, 그리고 “조국”이라는 단 하나의 신념으로 일제의 정예 부대와 맞선다.

이장하(류준열)를 중심으로 한 기동대는 일본군을 상대로 유인 작전을 펼치며 봉오동 깊숙한 골짜기로 적을 끌어들인다. 독립군을 지휘하는 황해철(유해진)은 보다 넓은 시야로 전투를 통제하며, 최종 목적지를 향해 침착하게 군을 이끈다. 그리고 무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돌격대 마병구(조우진)는 전면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처절한 백병전을 벌인다.

일본군은 ‘호랑이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저격수 야스카와의 지휘 아래, 대규모 병력을 봉오동으로 보낸다. 그러나 그것은 치밀한 유인 작전이 깔린 함정이었다.

이 작은 골짜기에서, 역사상 최초로 조선 독립군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승리한 전투가 벌어진다.

주제 분석 - “우리는 왜 싸웠는가”

《봉오동 전투》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정체성’과 ‘기억’에 있다.

“우린 왜 싸우는지 아냐? 이 땅에 우리 이름 새기려고 싸우는 거야.”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꿰뚫는다.
무기력한 시대, 무장 하나 제대로 없는 독립군들이 일본군에 맞선 이유는 단 하나,
‘이름’과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조선이라는 나라, 조선 사람이라는 존재.
그들이 잊히고 지워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봉오동이었다.

인물 분석 – “이름 없는 영웅들”

● 유해진 – 황해철

유해진은 ‘황해철’이라는 참된 지도자를 묵직하게 그려낸다. 무게감 있는 어조와 때론 유쾌한 인간미를 함께 담아낸 그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민중의 믿음을 이끄는 지도자의 품격을 보여준다. 무모한 전투가 아닌, ‘전략적 싸움’을 강조하는 그의 리더십은 봉오동 전투의 지휘자로서 관객의 신뢰를 얻는다.

● 류준열 – 이장하

류준열이 연기한 이장하는 발 빠르고 예리한 게릴라 전투의 핵심 인물이다. 눈빛 하나로 전황을 파악하고, 전투 감각이 뛰어난 이장하는 영화의 박진감을 이끈다. 친구를 잃고 눈물을 머금으며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그가 짊어진 감정의 무게가 온몸에 전해진다. “이 땅에서 우린 그냥 죽지 않는다.” 라는 그의 대사는 독립군 전체의 정신을 대표한다.

● 조우진 – 마병구

마병구는 영화 속 육체적 전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무거운 체구, 강인한 체력, 무자비한 백병전의 주체로서, 조우진은 마치 산처럼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대사가 많지 않지만, 그가 휘두르는 한 자루의 칼은 수많은 일본군을 상대하고도 남는다. 말보단 행동으로 말하는 인물의 전형이다.

전투 연출 – ‘진흙탕 속 영웅 서사’

《봉오동 전투》의 클라이맥스는 단연코 ‘함정 전투’다.
울창한 숲, 안개 자욱한 골짜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숨막히는 유인 작전은
숨죽이게 만드는 게릴라 전술의 백미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조선의 독립군들이 땅과 물, 나무를 무기로 싸운다.
한 발, 한 발 유인하며 몰아붙이고, 마침내 골짜기로 몰아넣는 장면은
전율 그 자체다.

현대전처럼 스펙터클한 화력은 없다.
그러나 진흙과 돌멩이, 그리고 ‘전략’으로 만든 전투는 훨씬 더 치밀하고 생생하다.
실제 역사적 기록에 기반했기에,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연출과 메시지 – ‘역사는 기록이 아닌 기억이다’

감독 원신연은 과거 ‘용의자’나 ‘불한당’처럼 선 굵은 연출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는 한 발짝 물러선 시선을 취한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의 얼굴보다 뒷모습을 비춘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억 속에 남겨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음악도 웅장하지 않다. 전투가 끝난 후, 조용히 흐르는 피아노 선율은
누구도 알지 못할 그들의 희생을 위로하는 듯하다.

총평

《봉오동 전투》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전쟁영화다.
‘잊히면 사라지는’ 것이 역사의 숙명이라면,
이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처음의 승리”를 되새기는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바로 그 골짜기에서 피 흘리며 이름을 새긴 사람들 덕분이다.

“이 전투를 기억하자. 이름을 불러주자.
잊지 말자.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를.”

별점: ★★★★★ (5/5)
장르: 전쟁, 드라마, 역사
감상 추천 대상:

  • 독립운동사를 새롭게 느끼고 싶은 사람
  • 스펙터클보다는 의미와 감정의 무게를 중요시하는 관객
  • ‘잊힌 역사’를 기억하고 싶은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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