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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동> 리뷰 – 어디서든 삶은 다시, 뜨겁게 시동 걸린다

by qwer101793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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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동 관련사진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멈춰 있기엔 너무 배고팠다.”
영화 <시동>은 청춘이 느끼는 현실의 무게,
가족이라는 책임,
그리고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그곳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도, 집도, 공부도 싫다고 외치며
엄마에게 1일 1강스파이크를 맞는 반항아 ‘택일’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며 겪는 성장, 우정, 눈물, 용서의 기록이
분식집, 사채업, 조폭, 토스트 가게라는
이질적인 요소 속에서 의외의 진심을 마주하게 만든다.

“달리고 싶다, 멈추고 싶다” – 청춘의 욕망과 혼란

택일(박정민)은 전형적인 ‘반항아’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단순한 문제아로 그리지 않는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건, 사실 두려움과 혼란의 발로다.
엄마의 강요, 친구와의 거리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그 모든 걸 떨치고 싶어
만 원짜리 한 장을 들고 무작정 군산행 버스를 탄다.

그 여정이 현실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그곳에서 그는 삶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 자신도 모르게 가정의 짐을 짊어진 친구 상필(정해인)
  • 세상과 싸우는 걸 멈춘 소녀 경주(최성은)
  • 과거의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살아가는 거석이형(마동석)
  •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늘 가족을 품은 엄마 정혜(염정아)

그 만남 속에서, 택일은 어쩌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도망치고 있던 건,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거석이형 – 웃긴 줄만 알았던 사람이 보여주는 ‘진짜 어른’의 얼굴

마동석의 ‘거석이형’은 이 영화의 진짜 히든카드다.
처음엔 유쾌하고 과장된 분식집 주방장이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며 조폭 출신,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무너져 있던 누군가를 일으켜 세운 조용한 보호자
로 밝혀진다.

거석은 택일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밥 한 끼를 만들어준다는 건
그의 삶을 함께 살아내겠다는 선언일 수 있다는 것
을 말해준다.

거석이 떠난 뒤,
택일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다시 돌아와달라고 애원하는 장면.
그건 단순한 도움 요청이 아니라,
‘거석이형’이라는 어른의 품이
이제는 자기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고백
이었다.

상필과 정혜 – 책임을 떠안은 두 사람, 반대편의 거울

정혜(염정아)는 영화 내내 잔소리 많은 엄마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녀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게를 차리기 위해 사채까지 빌린 사람이다.
그녀의 강스파이크는 분노가 아니라,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사랑의 방식이다.

상필(정해인)은 돈을 벌기 위해 어른이 된 소년이다.
가난과 치매 걸린 할머니, 기대할 곳 없는 삶 속에서
사채업에 몸을 담는다.
하지만 그는 폭력을 피하고, 말로 해결하려 하며,
점점 그 일이 자신을 갉아먹는다는 걸 느낀다.

정혜와 상필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른의 책임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지
영화는 담담히, 그러나 뼈아프게 보여준다.

토스트 가게, 사채, 그리고 강스파이크 – 싸움은 계속된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사채업자에게 자신의 월급봉투를 빼앗기지 않으려
택일이 눈물로 애원하는 장면이다.
“내가 벌어서 갚을 테니까, 제발…”
그건 철없는 아들이
처음으로 가족을 위해 싸워본 장면이다.

그걸 끝낸 건 엄마 정혜의 최후의 강스파이크.
말보다 강했던 그 손길이
사채업자를 쓰러뜨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성장, 그리고 따뜻한 결말 – 삶은 여전히 고단하지만

거석이 다시 돌아오고,
경주는 가족처럼 받아들여지고,
택일과 상필은 옆집에서 밤을 까먹으며 웃는다.
비록 가게는 철거됐고
삶은 여전히 고단하지만,
이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
택일과 엄마가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달리는 그 순간.
세상과 싸우던 아이는
비로소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총평

<시동>은 청춘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철없던 아이가 철들었다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단단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말한다.
“때로는 도망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게 삶이고,
그게 사람이고,
그게 가족이다.”

웃으며 시작해
뭉클하게 끝나는 이 영화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막 ‘시동’을 건 청춘들에게
따뜻한 한 끼처럼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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